결혼이야기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 현) 웨딩TV 대표이사
• 전) 우송 정보 대학 웨딩이벤트학과 겸임교수

25살에 결혼사업을 시작해서 30년이 넘었는데, 예전에 중매했던 싱글 남녀들이 부모가 되어 자녀를 데리고 오기도 하고, 이혼이나 사별로 재혼 상담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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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수 없이 많은 싱글들을 만나오면서 나처럼 사연이 많이 쌓인 사람도 흔치 않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결혼현장에서 한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주는 일을 해왔는데, 그 과정에서 나 또한 영향을 받아왔다. 그러면서 인생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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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국 출장 중이다. 내 근황을 알았는지 지사를 통해 한 여성이 만남을 청해왔다. 전화 통화를 하는데, 상대방이 나를 반갑게 대하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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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OO에서 자주 보는데,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으세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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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 안다, 할 수 없어 어정쩡하게 얼버무리고 있는데, 그 여성이 눈치껏 자기소개를 한다. 들어 보니 25년 전 회원으로 만났던 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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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국가기관에서 근무했던 밝은 여성이었는데, 몇 번의 만남과 교제가 잘 안됐고, 어느 순간 연락이 뜸해졌다. 이후 여성은 결혼해서 미국에 왔고, 자녀 둘을 뒀다고 했다. 그리고 이혼을 하고 혼자 아이들을 키웠는데, 미국 어디서든 취업할 수 있는 라이센스가 있어서 열심히 일해온 세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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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55세다. 옛날 그 빛나던 모습은 아니겠지만, 나이를 잘 먹었다는 표현에 맞게 목소리에 에너지가 넘쳤다. 자기 인생에 대해 자신있고, 당당한 사람들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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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독립한 게 아니라 제가 독립한 느낌이예요. 우리 젊을 때 부모님 집에서 나와 혼자 살면 신났잖아요? 자유로움 만끽하면서 재밌게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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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사는 지역에 내가 출장을 와서 반가움 마음에 연락을 했다고 했다. 중매 사업 하는 나에게 연락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이제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됐으니 재혼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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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성은 자녀들을 잘 키워낸 것이나 자기 일을 하며 잘 살아온 것 등 어느 면으로 보나 인생 성적표가 좋다. 인생을 열심히 살아온 사람에게는 언제든 좋은 기회가 생긴다. 그것이 재혼이건, 일이건, 무엇이건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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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회원을 좋은 모습으로 다시 만난 것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