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교육 [민동필박사의 교육칼럼] 바가지를 뒤집어쓰고 물을 받으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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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를 뒤집어쓰고 물을 받으려는 사람들
교육은 두뇌발달을 위해 존재한다. 현실은 교육을 통해 두뇌 발달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공부는 힘들고 학교에서 요구하는 과제는 짐이 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분명 사람들은 두뇌의 활발한 사용을 갈망하고 또 사고력을 통한 성취를 즐거워하는데, 그렇다면 교육을 통한 두뇌 발달이 즐거워야 할 것이다. 무엇이 다른 것일까?
예를 먼저 들고 시작하겠다. 얼마 전 들은 이야기가 있다. 구글에서 높은 지위(필자는 디렉터로 기억한다)에 있던 사람이 회사에서 해고된 후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직업을 시도했다고 한다. 마트에서도 일을 하고 카페에서 커피를 만드는 일도 했단다. 어떤 일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이 사람의 매니저가 구글이라는 회사의 상당히 높은 지위에 있던 이 사람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한다. ‘머리 좀 써라!’라고. 그러면서 덧붙였다. 세계에 잘 알려진 큰 회사에서 매니저보다 높은 위치에 있던 사람에게 한 커피점의 매니저가 머리를 쓰라고 했다며 조금은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지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머리를 쓴다는 게 무엇이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회사의 중역을 맡은 사람은 분명 사고력이 있어야 가능할 것 같은데 커피를 만드는 과정에서 머리를 쓰라는 말을 듣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예를 가지고 두뇌 발달의 의미를 살펴보자.
이유를 먼저 생각해보자. 우선 한 사회에서 중책을 맡는 사람들이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어떤 방법으로 정보를 처리해서 결정을 하는지를 비교해보자. 한국을 떠난 지 근 25년이 넘은 필자의 기억이지만 한국에서 권력자의 결정 과정은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권력자가 결정한 것을 명령으로 내려 보내면 아랫사람들이 열심히 정보도 모으고 분석도 해서 권력자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방법을 찾아 보고하는 형태다. 권력자의 경우 크게 할 일 없이 아랫사람을 다그치면 된다. 때로는 짜증도 내고 욕도 한다. 그러면 아랫사람들은 벌벌 떨며 권력자의 눈치를 보면서 그가 원하는 것을 맞추려 방법을 찾는다. 권력자는 기다렸다 선택만 하면 된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을 것으로 생각하려해도 한국사회 전반적으로 분노가 차 있어 묻지마 범죄를 비롯해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또 갑질 이야기가 들리는 걸 보면 여전히 이런 형태의 권력자가 주를 이루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과 캐나다는 조금 달랐다. 피라미드의 위에 있는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피라미드 아래에 있는 구성원들에게 명령을 내리기보다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그 배경 즉 자기의 생각을 설명한 후 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개인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적고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겠다. 한국이라고 모든 권력자가 결정을 내리고 명령을 한다고 볼 수 없고 또 캐나다나 미국도 모든 권력자가 구성원의 의견을 들으며 결정한다는 게 아니다. 확률이 높다는 거다.
이렇게 길게 설명한 이유는, 이 차이가 머리를 쓰는지의 여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권력을 가졌다고 혼자 결정하고 그 결정에 따르도록 만드는 사람은 두뇌의 사고력보다는 지식에 의존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여기서 기억력에 대해 간단히 짚고 넘어가자면, 기억력은 사고력을 대변해 줄 수 없다. 하지만 사고력이 늘면 기억력도 늘어난다. 그래서 같은 기억력이라도 둘로 나뉘는 거다. 이제 다시 원 주제로 돌아가 이야기를 이어가자.
물고기가 낚싯바늘에 대한 지식을 배워 익혀 알고 있다면 낚싯바늘을 물지 않을 것이다. 모르기 때문에 문다. 이런 이유로 겉으로 봐서는 지식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는 과정과 사고력을 바탕으로 내리는 결정이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지식으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자기가 결정한 후 명령을 내리지만 생각을 가진 사람은 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토의를 통해 결정을 내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많은 변수를 팀원들의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비교하면서 분석했을 때 더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칼럼의 시작에서 예를 든 사람이 어떤 방법으로 결정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머리를 써’라는 말을 들었다는 이야기는 스스로 이유와 근거를 생각하면서 일했다기보다는 지식에 의존해 일을 했을 가능성이 높음을 암시한다. 즉, 모르는 영역을 탐구하는 능력이 부족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런 두뇌의 사용은 비슷한 분야라면 쉽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겠지만, 새로운 분야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 문제는 그 사람의 것이니 넘어가고 이제 결론으로 넘어가겠다.
두뇌 발달을 위해선 지식이 아닌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교육은 지식에 오히려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결론은 같다. 현 교육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능동적으로 가르칠 수는 없다는 거다. 이게 필자가 ‘바가지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물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제목을 정한 이유다. 지식을 통해서는 두뇌 발달을 기대할 수 없는데, 지식을 배우며 두뇌 발달이 되기를 바라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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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필 박사
· PonderEd Education 대표
· Infonomics society 자문위원
· World Congress on Special
Needs Education 학회장
- 자세한 공부 방법은 필자의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http://kr.PonderEd.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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