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교육 [민동필박사의 교육칼럼] 부모의 교육 방법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유사자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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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부모로부터 아이가 자폐가 아닌지 불안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런 가정 중 시간이 지나 아이가 자폐가 아니라며 안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왜 자폐가 아닌 아이 중 자폐 증상을 보이는 아이가 있는 걸까? 이번 칼럼에서는 교육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유사자폐에 대해 알아보려한다.
우선 자폐에 대해 간단하게 적자면, 자폐는 생각하는 방법이 달라 발생하는 현상이다. 생각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말은 두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뜻이다. 그런데 일반 아이를 교육하는 방법으로 접근하니 자폐 아이의 두뇌발달이 어렵다. 물론 이제는 필자가 정리해놓은 체계적인 두뇌발달 방법 (필자의 ‘자폐 아이, 두뇌 발달을 통해 세상과 연결하기’ 책 참고, http://kr.PonderEd.ca)이 있으니 길이 열렸다고 볼 수 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자폐가 아닌데 자폐와 비슷한 행동양상을 보이는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 자폐 아이의 행동과 비교하면서 살펴보자.
자폐 아이의 경우 눈 맞춤이 잘 안된다고 알려져 있다. 또 타인을 대할 때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말을 걸거나 행동을 한다. 가끔 자폐 아이는 사회성이 부족해 사람을 피한다고 알려진 경우가 있는데, 이는 낮선 환경에서 적응하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고 대부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달려드는 경우가 더 많다. 어쨌든 이 두 경우만 가지고 유사자폐가 왜 나타나는지 살펴보자.
자폐 아이가 상황판단 없이 달려들거나 눈 맞춤을 피하는 이유는 사회성 부족임에는 틀림없다. 언어로 생각하는 아이의 경우 언어 발달이 사회성과 맞물려 발달한다는 걸 고려해보면, 언어가 아닌 다른 형태로 생각하는 자폐 아이에게 사회성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기 힘들다는 것도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유사자폐 행동을 보이는 아이도 사회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왜 사회성이 부족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유사자폐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이제부터 살펴보자.
아기는 태어나서 감정으로 부모와 교감한다. 이 때 언어와 사회성 발달의 핵심은 공감대다. 아기가 원하는 걸 부모가 얼마나 충족해 주는 지의 여부가 언어와 사회성 발달로 이어지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언어가 아닌 신호의 형태로 아이를 교육하는 경우다.
먼저 신호와 언어를 구분하기 위해 신호체계를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신호는 말 그대로 ‘해/하지마’와 같이 답이 정해진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다. 원숭이들이 독수리/사자/표범 등 포식자를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는 신호를 사용한다는 건 잘 알려진 연구 결과다. 그래야 한 원숭이가 독수리가 나타났다고 신호하면 하늘을 경계하며 숨을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수리’라는 신호를 ‘사자’로 잘못 알아 듣고 땅만 바라보면 독수리의 먹잇감이 된다. 인간에게도 이와 같은 신호체계의 발달과정이 있다. ‘좋아/나빠’ ‘맞아/틀려’와 같이 일방통행식 정보전달이 바로 신호체계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정보전달을 언어로 착각하고 사용한다는 점이고 이 과정에서 아이의 두뇌발달이 신호체계 수준에 머물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아이의 두뇌가 신호체계 수준에 머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앞서 적었듯 신호는 일방적인 의사전달도구다. 이 말을 뒤집어 표현하면 상대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는 뜻과도 같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할 것과 하지 말 것을 구분하는 흑/백의 신호로 아이를 대하면 아이가 부모를 통해 대화라는 의사소통 방법을 익힐 수 있을까? 아니다. 대화를 피한다. 돌아오는 건 일방적인 부모의 요구이기 때문이다. 또 아이로서는 부모에게 전하는 자기의 요구가 공허한 메아리로 사라지니 점차 의시소통의 의지를 잃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상대의 눈을 보면서 의사를 전달하려 할까? 눈을 피하는 게 당연하다. 나아가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상대의 의견을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의사전달이 가능한지의 여부를 살펴보고 언제 어떻게 말을 꺼낼 건지 판단하는 두뇌능력도 길러진다. 하지만 신호라는 일방적인 의사 전달 형태만 접해본 아이가 과연 다른 사람에게 어떤 방법으로 접근할지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없다. 그래서 자폐 아이처럼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처럼 보인다.
유사자폐 아이도 자폐 아이의 특성을 보인다. 하지만 이는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다. 후에 친구 등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그들의 모습을 보며 모방하는 과정에서 점차 사회성이 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방법이 달라 사회성 발달이 어려운 자폐 아이와는 완전히 다른 경우다. 따라서 사회성이 있어 언어발달을 통한 두뇌 발달이 가능함에도 이러한 발달이 억압받는 상태라는 점에서 오히려 자폐보다 유사자폐 행동양상을 보이는 아이가 훨씬 더 답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유사자폐는 이렇게 부모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신호체계를 기반으로 한 교육의 영향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다. 따라서 자녀의 자폐가 의심된다면 자녀를 대하는 방법을 생각해보고 유사자폐는 아닌지 확인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래야 아이의 교육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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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필 박사
· PonderEd Education 대표
· Infonomics society 자문위원
· World Congress on Special
Needs Education 학회장
- 자세한 공부 방법은 필자의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http://kr.PonderEd.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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