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교육 [민동필박사의 교육칼럼] 선택받는 자기소개서 vs. 버려지는 자기소개서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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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삶에서 2/3는 학교에서 보낸 시간이었다. 한국에서는 학생 신분이었기에 대학원이나 학부에 지원하는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볼 기회가 없었지만, 워싱턴 주 주립대(Washington State Univ.)에서 박사과정, 코넬 의대에서 박사 후 과정, 그리고 콜럼비아 대학에서 연구팀을 이끄는 리더로 있으며, 다양한 자리에 지원하는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접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선택받는 자기소개서와 버려지는 자기소개서의 차이를 볼 수 있었는데, 이번 칼럼에서 이 둘의 차이를 살펴보려 한다.
지원자들의 원서가 도착하면 가장 먼저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손을 거친다. 대학이나 대학원에 지원하는 지원자의 경우 학교나 과에서 정한 성적 등 최소한의 요구조건을 갖추었는지를 보고 걸러낸다. 이렇게 추려지고 나면 학생의 학교 성적, 봉사활동 등 필요조건은 모두 비슷한 상태가 된다. 이때부터가 글쓰기의 힘이 발휘되는 순간이고, 그 중에서도 자기소개서는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문제는 많은 지원자의 자기소개서의 수준도 성적 만큼이나 비슷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남다른 자기소개서가 보이는 경우가 있다. 학교는 이런 사람들에게 인터뷰 기회를 준다. 미국의 이야기다. 따라서 이번 칼럼은 어떤 글이 인터뷰 기회를 만들어주는지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대학 또는 대학원 지원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깊게 생각해봐야 할 내용이다.
먼저 선택을 받지 못하는 자기소개서는 어떤 것인지부터 살펴보자.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선택받지 못하는 자기소개서는 말 그대로 화려한 경력이 두드러진 자기소개서다. 아래의 예를 먼저 보고 설명을 이어가겠다.
자기소개서 예 ---------
나는 컴뮤니티 내 나이가 든 노인들이 모여 있는 요양원에 가서 50시간 넘게 봉사활동을 했다. 요양원의 노인들은 몸이 건강하지 않아 여가 활동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직접 찾아가 악기를 연주하고...... 이렇게 사람들을 도와줌으로써 사회에 대한 봉사의 의미를......
클럽에서 회장을 맡아 활동을 하면서 회원들을 이끌었고 이러 저러한 활동을 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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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많은 독자들이 이 내용을 보면서 잘 썼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내용은 평범한 것으로 성적이 우수하다면 모를까 크게 시선을 끌지 못한다. 이와 비슷한 내용은 수도 없이 많다. 또 인공지능의 시대에 인공지능이 쓴 자가 소개서가 이 보다 훨씬 더 뛰어날 수 있다. 이렇게 쓰느니 차라리 인공지능에게 써 달라고 해서 짜깁기 하는 편이 더 좋은 자기소개서가 나올 확률이 높다. 여기서 아마도 ‘왜?’라는 질문을 하는 독자가 있을 것 같다. 아무 문제도 없고 내용도 담겼는데 뭐가 문제인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 심사위원의 선택을 받는 자기소개서는 어떤 건지 궁금해하는 독자도 있을 것 같다. 이제부터 설명해 보겠다.
학교는 학문을 하는 곳이다. 비록 학교가 학생의 두뇌를 능동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가르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다양한 기회는 제공해 줄 수 있다. 그런 기회를 이용해 학생이 스스로 두뇌를 발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는 그러한 환경에서 인재가 될 능력이 있는 지원자를 고른다. 조금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라 헛갈릴 수 있어 다시 설명하자면, 대학에서 학생을 훈련해 뛰어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능력을 갖춘 학생을 선발함으로써 학생 스스로 더 뛰어난 능력을 개발하도록 환경을 제공한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로서는 뛰어난 학생을 뽑아야 한다. 그래서 성적 등 기본 사항으로 1차 거르고 다음으로 상위권 학생을 불러 면접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학생으로 하여금 해당 학교에 흥미를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필자가 미국에서 관찰한 내용으로 캐나다에 적용되지는 않을 수 있지만, 자기소개서를 요구하는 학교가 있다면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자, 그러면 학교는 어떤 학생을 선호할까? 이는 학문의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의대 졸업 후 의사가 된 사람을 예로 들자면 의사는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한다. 진단의 과정에 필요한 것은 관찰이다. 환자를 모니터(관찰)함으로써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살피고 그것을 바탕으로 진단을 내린다. 진단이 내려지면 치료는 알려진 방법을 적용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단계는 진단이 내려지는 단계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의 자질에 가장 큰 부분은 관찰과 진단이다. 바로 이러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바로 학교가 찾고 있는 인재다. 그리고 이 능력은 시험 성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 자기소개서를 통해 확인한다. 따라서 선택받을 수 있는 자기소개서는 관찰을 통한 문제의 확인(진단)이다. 이 부분이 들어가야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 지원자는 다르네!’라는 말이 나오게 만들 수 있다. 앞서 평범한 자기소개서에는 관찰과 진단이 빠졌다. 그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나가기 힘들어하니까 내가 찾아갔다는 결과만 있다.
다음 주 필자가 PonderEd에서 제공하는 공부 방법 수업에서만 배워 익힐 수 있는 공부 방법을 기초로 위의 자기소개서를 선택받을 수 있는 자기소개서로 바꾸는 방법을 제시하겠다.
말 많은 물고기 유튜브 채널 링크: https://www.youtube.com/channel/UCe1spcaxvRZYo4ibNLNTL0w
QR코드 스캔으로 바로 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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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필 박사
· PonderEd Education 대표
· Infonomics society 자문위원
· World Congress on Special
Needs Education 학회장
- 자세한 공부 방법은 필자의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http://kr.PonderEd.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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