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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민경숙의 교육칼럼 <7> 현명한 소비 아름다운 황금비율의 소비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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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소비의 동물이다. 호모 로쿠엔스(Homo loquens, 언어적 인간)니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생각하는 인간)니 하는 표현들이 인류의 특징을 오랫동안 잘 대변해 왔다 할지라도 근대 산업혁명 이후에 펼쳐진 세상은 소비하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 '호모 컨수메스 '(Homo consumes, 소비하는 인간)의 세상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의심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명제를 철학사에 남긴 데카르트를 잠시 빌려 말하자면, ‘나는 소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로 현대 인류를 설명해도 되지 않을까? 의심하는 존재의 확실성만큼이나 소비하는 존재의 확실성도 확보되는 것은 아닐까? 결국 소비를 중단하는 때가 존재하는 것을 멈추는 순간일테니 말이다. 나아가 인간은 ‘소비의 질’로 자기 ‘존재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믿는 유일한 동물이다. 스타벅스와 아이폰의 소비가 자신을 타인들과 차별화시킨다고 믿는다. 교육학자로서 세상과 문화를 관찰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소비에 대한 존재론적, 문화사회적, 그리고 어찌 보면 지극히 생물학적인 욕구가 무척이나 왜곡되게 표출되는 경우들을 보게된다.  

얼마전 유학을 와서 대학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이 학교 과제에 대한 도움을 요청해 왔다. '말'이야 허공을 떠돌다 잊혀지지만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쓴다는 것은 고스란히 증거로 남아 평가 대상의 일순위를 차지하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불편함을 드러내는 것이 사실이다. 학생들은 학기 내내 글과의 전쟁을 치러야 할 것이다. 논리적인 사고의 전개와 참신한 글 솜씨를 자랑하기란 쉽지 않으며, 주입식 학습방식에 익숙한 학생들이라면 더욱이 짧은 에세이를 써서 담당 교수로부터 흡족한 피드백을 받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러하기에 연락이 닿은 학생들은 자신의 페이퍼에 대한 구조적, 논리적 조언을 구하여 질적인 향상을 요청하는 것에서부터, 한 학기 혹은 일 년간 긴 시간을 두고 단계별로 꾸준하게 글쓰기를 배우려는 것까지 다양한 양상들로 도움을 청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떤 경우, 짧은 페이퍼의 교정은 하루가 꼬박 걸리는 집중력과 상상력을 요구하기도 하고 온 몸이 소진하는 힘겨운 작업이 되기도 한다. 그러기에 작업의 양과 비례하는 지도비를 받게 되면 어느 정도 보상이 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가 경제적 여유가 없는 유학생들이다 보니 그도 탐탁치 않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고도 시간당 최하 노동비에도 못미치는 비용을 내미는 학생들을 뿌리치지 못한다. 배움에 가격을 매기는 것 자체가 이율배반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글의 교정이 끝난 며칠 후, 학생이 지도비를 들고 찾아왔다. 그간 고생한 지적 노동에 대한 대가로는 어림도 없는 가격이었지만 자신의 경제사정을 빌미로 통사정을 하는 학생을 모른 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학생을 만나는 순간, 머리부터 재킷, 가방, 신발에 이르기까지 온통 값비싼 명품으로 치장한 그 모습을 오랫동안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절약이 미덕인 시대가 있었지만, 작금은  소비가 미덕인 시대이다. 저마나 자신의 필요를 위해서 소비하는 것은 정당한 경제적 행위이다. 편식하는 아이에 대한 걱정을 하는 엄마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런데 소비의 편향을 가진 자녀로 인해 걱정하는 부모를 만난 적은 없다. ‘배움을 위한 소비,’ 특별히 외모가 아닌 내적 소양을 다듬어가는 데 필요한 지출은 우아하고 값진 활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종종 가격을 매기는 것이 참 어렵다. 가격을 매기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헐값으로 그것들을 얻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문화적인 소양은 한 눈에 띄지 않으므로 시간과 돈을 들인 소비 활동의 효과를 즉각적으로 누리지 못함일까! 머리 스타일을 바꾸고 고급 외투를 사고 좋은 차를 구입하는 데 들이는 돈은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내면을 가꾸고 단장하는 비용을 아까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 그런 것은 공짜가 아니면 손에 넣으려 하지 않는다. 보이는 것을 위한 얕은 소비에 치중할지, 보이지 않지만 가치로운 깊은 소비를 중시할지는 전적으로 선택의 문제이다. 

인간으로 태어나 경제적 동물(Homo economicus,호모 이코노미쿠스)로 살아가면서 소비를 외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편향된 소비 문화는 몸과 이성과 영성이 고르게 조화를 이룬 참 인간으로 성장해 가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두 종류의 소비 모두가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지만 중요한 것은 지출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가치의 균형을 찾고 실천하는 것이다. 값나가는 것들로 외모를 치장하지만 내적 소양을 단장하는 데는 인색한 사람이나, 비싼 물건들을 자녀들의 손에 쥐어주면서 그들의 내적 성장에 무관심한 부모는 분명 가치의 균형감을 상실한 소비자다. 우리는 소비하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이다.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이 가능한 일이 아니라면, 가장 좋은 소비자가 되는 것이 상책이다. 내적, 외적 성장이 동시에 아름다운 황금 비율이 되도록 소비와 지출의 적정선을 맞추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446a9816ce0e07fa320289486d4ee619_1619725840_7511.jpg 

민경숙 

·교육학 박사(토론토)
·교육컨설턴트
·한국 교원대·토론토대 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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