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교육 [민동필박사의 교육칼럼]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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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벌어지고 난 후에 후회하지 않도록 대비하라는 의미로 전해 내려오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런데 이 속담이 그만큼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비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까? 이번 칼럼에서는 이 속담의 내용을 한걸음 더 들어가 살펴보고자 한다.
소를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은 게으름 피우지 말고 그 때 그 때 해야 할 일을 하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외양간이 망가져 있다는 것을 봤으면 바로 수리를 해서 소를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대비를 하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렇게 간단한 교훈을 왜 굳이 속담으로 남기면서 까지 사람들을 일깨우려 했을까? 이유는 하나다. 무엇엔가 대비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왜 대비하는 것이 어려울까?
외양간이 망가졌다는 것은 매일 소를 돌봐야 하는 농부로서는 금방 눈치 챌 수 있는 현상이다. 문을 닫을 때 문이 잘 닫히지 않는 다던가 어딘가 망가져서 쉽게 부서질 수 있어 보이는 등의 징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실제로 게으름 부리지 말고 고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도 많은 사람들이 노동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귀찮아서 대비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어 이러한 속담이 전해내려 온다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문제가 뚜렷한 경우에는 실제로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쳐봐야 소가 없기 때문에 소용이 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현상이라면 어떨까?
보이지 않는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다. 예측이 어렵다보니 대비를 한다는 것도 쉽지는 않다. 그런데 대비를 어렵게 하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일이 벌어지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의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에 우선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이유를 살펴보자. 예를 들어 강한 바람과 많은 양의 비를 품은 태풍이 올라온다고 가정해보자. 태풍을 관찰하며 진로를 예측하는 기상 전문가가 바람과 비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을 하더라도 실제로 대비하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왜 대비가 어려울까?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를 찾아 생각해보자.
대비를 한다는 것은 벌어지지 않은 현상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비가 쏟아지면 어디에 물이 고일 것이며, 고인 물이 어디로 어떻게 흐르고 물살은 어느 정도 될 것이며 그 외의 물 흐름 등을 바꾸는 요소에는 무엇이 있는지 또 바람이 나무를 통째로 쓰러뜨려 물의 흐름을 방해할 가능성은 얼마인지 등 가능한 모든 변수를 생각해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상대성을 기반으로 한 시뮬레이션이 우선해야 대책을 강구할 수 있다. 따라서 대책을 세운다는 것은 상당한 두뇌능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외워서 시험을 보는 수준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예를 들어 한 지도자가 있어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태풍의 피해를 최소화 했다고 가정하자. 다음에 벌어질 일은 무엇일까?
태풍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 자금, 그리고 인력을 소모해서 피해를 최소화 시켰더니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물론 비슷한 상황의 타 지역과 비교해서 피해가 월등히 적다면 찬사가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태풍이 자신의 지역만 집중적으로 타격하고 지나갔다면 타 지역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으니 비교할 대상도 없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아무렇지 않게 이어갈 것이며 모든 상황이 순조로울 뿐이다. 힘들게 고생한 사람들은 태풍에 대비해 여기 저기 다니며 분석하고 대책을 논의하면서 실행한 사람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주민들이 태풍에 대비한 노력의 대가를 알아봐 줄까? 물론 감사를 표하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격하게 고마움을 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왜?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대비를 한다는 것은 적지 않은 자금, 인력, 시간 등이 필요한데 결과는 상대적으로 돋보이지 않는다. 대비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으니 감사할 이유도 또 누구를 칭찬할 이유도 없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지도자의 인지도 또한 크게 오르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들은 이러한 지도자를 다음에는 선출할 가능성이 적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피해가 많이 날 수 있음을 알아도 대비를 안 하는 지도자도 있다. 하지만 이들도 잘 하는 것이 있다. 대비를 하지 않아 문제가 많이 발행하니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태풍으로 발생한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찾아다니면 해결책을 제시하니 인지도도 올라간다. 잘했다는 칭찬도 받는다. 그리고 이런 지도자는 다음 선거에서 당선될 확률이 높아진다. 인지도가 높으니 사람들이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부는 대비를 할 수 있는 두뇌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다. 경제든 날씨든 예측하고 대비하는 능력이 뛰어나야 자신이 이끄는 사람들을 편안하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도 사고력이 발달한 사람들이다. 만일 한 국가 또는 지역의 많은 사람들의 사고력이 부족하다면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아 삶이 불안정함에도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해 주는 지도자가 마치 자신들에게 자유와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지도자로 엉뚱하게 착각할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 때 그 지역, 나라, 나아가 세계가 즐거움과 자유로움으로 웃음이 넘치는 사람들로 가득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방법은 공부방법을 사고력발달에 맞추는 것이다.
(8월 26일 ‘두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에 따른 기억력과 공부방법의 차이’라는 주제로 무료 공개강좌가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kr.PonderEd.ca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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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필 박사
· PonderEd Education 대표
· Infonomics society 자문위원
· World Congress on Special
Needs Education 학회장
· 밴쿠버 늘푸른 장년회 교육담당 이사
- 자세한 공부 방법은 필자의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http://kr.PonderEd.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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