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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허름한 아파트에 사는 레옹은 전문 청부업자이다. 술 대신 우유를 마시는 그에게 친구라고는 화분에 담긴 난초뿐이다. ‘레옹(Leon)’ 은 1994년 개봉한 영화다. 이태리에서 사람을 죽이고 미국으로 도망친 레옹은 밀입국을 도와준 토니에게 일을 받아 청부업자 일을 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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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라 할 나이가 훌쩍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세상 물정을 너무나도 모른다. 돈을 관리할 줄도 몰라 무작정 토니에게 맡기고 필요할 때만 용돈 타듯이 받아 가는 그는 일이 없으면 영화관에서 옛날 희극영화를 보거나 난초를 가꾸며 시간을 보낸다. 이렇듯 친구도 없이 세상과 떨어져 살았기 때문일까, 레옹은 겉만 늙었지 마치 어린아이와도 같은 모습을 보인다. 술 대신 우유만 마시고 영화를 보며 어린 아이처럼 천진하게 웃는 그의 일상 속 모습에서 코트와 선글라스, 모자로 외모를 감추고 사람들을 죽이는 청부업자의 모습을 연상하기는 힘들다.


어느 날 장 보고 오는 길 우연히 마주친 옆집 소녀 마틸다. 막장 집안에서 저속함에 노출되어 자란 탓인지 그녀는 담배를 피고 욕도 서슴없이 하며 어른스러운 옷차림을 즐겨 입는 등 나이에 맞지 않게 조숙하다. 재혼한 아버지는 딸을 백안시하고 계모와 의붓언니의 매일같이 그녀를 구박한다. 딸이 학교에 가든 가지 않든 신경도 안 쓰고 딸들과 어린 아들이 있는 집안에서 시끄럽게 아내를 안는 아버지 아래 마틸다는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 채 비뚤어진 아이로 자라고 있지만 유일하게 자신을 사랑해주는 어린 남동생 때문에 도망치지도 못하고 있다.


그런 그들의 일상이 큰 변화를 맞이한다. 마틸다의 아버지가 약을 빼돌리자 이에 분노한 마약단속국의 간부 스탠스필드가 부하들을 이끌고 마틸다의 가정을 습격한다. 동료에게 ‘베토벤을 들려주겠다’ 말하며 마약이 든 캡슐을 먹고 백주대낮에 아파트 안에서 산탄총을 갈겨대는 그는 통제 불가능한 미치광이다. 가족에게 맞고 코피를 흘리며 나와 있던 마틸다는 레옹의 장을 대신 봐주겠다 하고 나가 있던 덕분에 참사를 피했지만 결국 돌아오는 길에 스탠스필드의 부하들과 마주친다. 어린 동생까지 죽었다는 말에 공포에 떨며 그녀는 레옹의 문을 두드리고 결국 레옹은 위험을 감수한 채 마틸다를 구해준다.


달리 의지할 곳 하나 없던 마틸다, 결국 레옹은 반강제로 그녀를 돌보게 된다.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레옹에게 글을 가르쳐 주는 대신 그에게 총을 다루고 살아남는 법을 배우는 마틸다. 시작부터 위태로운 이 둘의 일상은 마틸다가 남동생의 원수가 누군지 알게 되며 급속도로 파멸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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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옹과 마틸다의 관계는 복잡하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마틸다에게 레옹은 처음 만난 가족 이외의 권위 있는 성인 남성이다. 레옹에게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마틸다는 연정으로 생각해버린다. 고독하게 살아온 레옹에게 마틸다의 존재는 너무나도 생소하다. 마돈나, 마릴린 먼로같은 유행이나 아이콘조차 모를 정도로 사회에서 소외되어 살아온 그에게 처음으로 생긴 가족 같은 존재다. 마틸다의 나쁜 습관과 입버릇을 고치고 그녀의 안전을 위하면서 레옹은 아버지가 되어간다. 


이 관계를 통해 둘은 잊고 있던 자신을 발견한다. 어른스러운 척 하지만 결국 어린 아이인 마틸다는 진짜 위험이 닥치고 의지할 곳이 필요할 때 레옹에게서 아버지를 찾고 어린아이가 된다. 자신만이 있는 세계에서 살아오던 레옹은 마틸다의 존재를 통해 타인과의 교감을 깨닫고 누군가를 돌보는 어른이 된다.


레옹은 화초다. 마치 자신의 분신처럼 소중히 다루는 화초는 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한 채 화분에 담겨 여기저기 옮겨진다. 잘 때도 총을 들고 불편하게 자는 그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험한 세계에서 살고 있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살아가며 삶에 대한 집착을 품는다. 


편하게 침대에서 발 뻗고 자는 안식을 원하게 된다. 동생의 복수를 원하는 마틸다의 집착과 모든 목격자를 없애고 싶어 하는 스탠스필드의 광기 속에서 레옹은 뿌리내릴 땅을 찾고자 발버둥 친다.

장 르노, 나탈리 포트만 그리고 개리 올드만의 명연과 인간의 복잡한 감정, 그리고 전혀 다른 인물들의 공감대를 보여주는 ‘레옹’ 은 지금까지도 가장 서정적인 네오-느와르 필름으로서 긴 여운을 남긴다.a2af39d6f3a0cf9fbd570b910a830de2_1620342973_017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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