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진의영화이야기] 어둠 속의 남자 > 컬럼

• 목록
• 게시판 리스트 옵션
  • 검색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공유
• 구글+ 공유
• 

젊은 정신이 시들어가는 시대, 청소년들은 꿈을 잊어버리기 이전에 꿈이란 것 자체를 품어보지도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발상과 노력으로 성공하는 대신 하루만 살아가는 청년들은 주식, 코인, 도박 따위에 기도하며 대가 없는 대박을 꿈꾼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이런 세태를 고치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피폐해진 젊음을 닭장 안에 밀어넣고만 있다. 이런 슬픈 현실에 생각나는 영화 한편이 있다.

‘쿵푸 팬더’는 애니메이션 명가 드림웍스가 제작한 2008년 장편 만화영화이다. 거위 아버지와 함께 잘나가는 동네 국수집을 하며 사는 주인공 팬더 ‘포’는 꿈 속에서도 악당들을 물리칠 정도로 쿵푸 고수의 길을 희망하지만 뚱뚱한 몸과 어리숙한 본성 때문에 실천은 못한 채 그저 꿈만 꿀 뿐이다. 돼지, 토끼, 오리 등 순박한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소외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한편 포의 우상인 무림의 영웅들 ‘무적의 5인방’과 그들의 사부 ‘우그웨이’ 그리고 ‘시푸’ 는 예언에 따라 닥쳐올 거대한 악을 막기 위해 ‘용의 전사’를 뽑는 의식을 거행한다. 최고의 전사를 선발하는 행사를 구경하고 싶었던 포는 시험장의 담장을 넘으려다 실수로 시험장 한가운데 떨어지고, 심지어 대사부 우그웨이에 의해 용의 전사로 선출되어 버린다. 얼떨결에 마을의 운명을 짊어지게 된 포는 나름대로 열심히 수련하려 하지만 살찐 몸은마음을 따라주지 않고 동경해 마지않던 무적의 5인방은 염원했던 자리를 빼앗긴 탓에 포에게 냉담한 모습만 보여준다. 

[성공을 향한 길은 멀고도 험하다.]
 

운동 부족한 허약한 몸의 포였지만 먹을게 있다면 물불 가리지 않는 모습에 시푸 사부는 음식을 이용한 트레이닝으로 포를 단련해낸다. 어린이용 운동기구조차 정복하지 못하던 포는 만두 한 접시를 두고 사부와도 여러 합을 겨룰수 있는 훌륭한 무술가로 성장한다. 하지만 때마침 예언에 따라 풀려난 강력한 악당 ‘타이렁’ 이 용의 전사에게 주어지는 전설의 비전서를 노리고 마을을 향해 온다. 5인방을 손쉽게 격파하고 시푸마저 두려워하는 막강한 타이렁, 그를 무찌를 진정한 용의 전사로 거듭나기 위해 포는 비전서를 받아 열어본다. 하지만 전설의 비법이 담긴 비전서의 진실은 안에 글 한 자 없는 백지였다. 당황도 잠시, 이제 겨우 초보 티를 벗은 포가 악당 타이렁을 물리치기엔 역부족이라 판단한 시푸는 혼자 남아 희생을 각오한 채 포와 5인방을 마을로 내려보내 주민들의 피난을 돕게 한다. 

[영웅이 되는 길은 자기 자신 안에 있다.]
 

현실 또한 비슷하다. 걱정 없던 유년기가 지나고 성장하며 우리는 사회에서의 경쟁, 성인으로서의 책임, 학업, 취업, 가정 등 삶의 무게에 지레 겁먹고 움츠려들기 십상이다. 대통령, 우주비행사, 엔지니어 등 아이가 품었던 큰 꿈들은 각박한 현실을 거치며 점점 작아져 간다. 포 역시 두루마리 속 내용물과 용의 전사로서의 책임감 그리고 대악당 타이렁의 무게에 좌절한다. 주눅 든 포를 격려하기 위해 아버지는 가문의 비밀인 국수 비법을 알려준다. 하지만 잔뜩 기대한 포에게 아버지는 사실 비법같은건 없다 고백한다. 그저 정성을 담아 끓인 국수가 맛이 없을수 없던 것 뿐이다. 그 말을 듣고 다시 펼친 두루마리에 비추는 자신의 얼굴을 보며 포는 비전서의 진정한 의미를 깨닿게 된다.

고작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 적어도 강산이 여덟번은 꺼졌다 솟아날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생각보다 긴 시간이 주어져 있다. 현실의 무게에 지레 겁먹고 온순한 양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 긴 시간동안 굳센 끈기와 노력을 통해 꿈을 이루는 사람들이 있다. 

전 세계 1억부 이상 출간된 동화 작가 닥터 수스의 첫 작품은 27개의 출판사에서 거절을 당한 뒤에야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 월트 디즈니는 디즈니 스튜디오 이전 사업 도중 수 차례의 부도를 냈으며 아브라함 링컨은 당선 이전 부도를 겪은데다 신경 쇠약에 걸리고 한 차례 낙선한 전적이 있다. 필자의 친척 할머니께선 노령에 그림에 도전하고자 색연필을 잡으셨고 그 결과 몇년 전엔 티비에 출연하기까지 하셨다. 모두 꿈과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성공할수 있었던 것이다.

실패를 겪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나는 안될거라 하며 도박같은 헛된 희망을 품거나 지레 포기해 버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 좌절을 발판삼아 일어서 높은 곳을 향해 고개를 드는 사람들도 있다. 용의 전사라는 꿈을 위한 뼈를 깎는 노력과 수련, 그리고 이를 통해 성장한 자기 자신을 믿은 포는 결국 악당 타이렁을 쓰러트리고 마을의 평화를 지켜낸다. 쿵푸팬더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가르친다. 세상 사람 모두 생긴것도 다르고 출신도 다르고 가진 재능도 다르다. 하지만 노력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꿈을 믿고 자기 자신을 믿으며 살아간다면 언젠가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