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진의 영화이야기] 한밤 중 쿵 소리 내며 돌아다니는 것들 > 컬럼

본문 바로가기
미주지역 바로가기 : Calgary/EdmontonChicagoDallasDenverHouston,    TorontoVancouverHawaiiLANYSeattle

컬럼

기타 [수진의 영화이야기] 한밤 중 쿵 소리 내며 돌아다니는 것들

페이지 정보

본문

f41547cccbc482862771519d77eacc18_1624163374_6496.jpg
 

시커먼 코트로 창백한 피부를 감싼 흡혈귀, 어두컴컴한 뒷골목의 돌바닥 위에 떨어지는 빗발, 그리고 야음 속 황야 한가운데 을씨년스레 서 있는 폐허가 된 교회. 고딕 (Gothic) 은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등으로 대표되는 작품들의 배경이자 고딕 양식의 건축물을 연상시킨다는 데서 유래된 장르다. 


괴력난신에 대한 두려움과 동시에 초자연적인 힘과의 접촉에서 오는 낭만을 다루는 고딕 호러 장르는 18-19 세기의 퇴폐적인 화려함과 그 이면의 음침함, 그리고 로맨스, 액션, 스릴러 등 여러 장르와 부드럽게 섞이는 유동성으로 지금까지도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오늘은 다양한 모습의 고딕 작품들을 통해 이 변화무쌍한 장르를 소개하고자 한다.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Bram Stoker's Dracula, 1992)

63deed367dbb8e8142c1de0208864b9b_1623941377_613.JPG

[에로스의 화신 드라큘라. 머리마저 하트 모양이다.]


독실한 신자였던 루마니아의 가시공.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그 잔악함에 치를 떤 적들의 간계에 속은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심지어 성직자들은 그녀의 시체 앞에서 자살을 힐난하며 부인의 천국행을 부정한다. 이에 분노로 미친 블라드는 십자가 앞에서 신앙을 버리고 그 원념으로 초자연적인 존재가 된다. 오직 아내와 언젠가 재회하리라는 집념만으로 그는 대양과도 같은 세월을 기다린다.


고딕 호러의 유행을 야기한 작품 중 하나인 소설 드라큘라를 각색해 스크린에 옮긴 이 영화는 과장되고 극적인 연기와 연출, 채도 높은 강렬한 색감, 실용적이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운 의상들을 통해 마치 연극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며 이런 화려한 연출에 걸맞는 적나라한 폭력과 성적인 이미지를 거리낌 없이 보여준다. 변해가는 의상의 색이나 소품 등의 미장센을 통해 인물의 역할과 중요성, 그리고 심상을 표현하는 연출은 직관적이면서도 인상적이다. 


공포와 무력으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피에 취해 짐승으로 변해 여인을 겁탈하는 드라큘라의 궁극적인 목적은 남의 아내를 빼앗는 것이다. 그런 악당이 마치 순정을 간직한 로맨티스트로 그려지는 모순적이고 문제적인 영화지만 그만큼 인상 깊은 작품이기도 하다.



반 헬싱 (Van Helsing, 2004)

63deed367dbb8e8142c1de0208864b9b_1623941414_3575.JPG
[마녀사냥꾼 반 헬싱. 브램 스토커의 소설에 나오는 반 헬싱 교수와는 명백히 다른 인물이다.] 


교회 소속의 비밀결사 기사단원 반 헬싱. 칙칙한 유럽을 떠돌며 주님의 뜻에 거스르는 것들을 퇴치하지만 과격하고 이목을 끄는 방식 때문에 비밀결사란 말이 무색하게 유럽 전역에서 수배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최강 최악의 악당 드라큘라를 처치하라는 지령이 내려오고, 그는 친구이자 기술자 탁발승과 집시 공주의 힘을 빌려 마왕을 무찔러야 한다.


말도 안되는 시놉시스에 걸맞게 영화는 코믹하고 과장된 스타일을 표방한다. 척박한 동유럽 변방을 무대로 흡혈귀, 난쟁이, 늑대인간 등의 괴물들과 싸우는 반 헬싱은 멋진 기술을 선보이려다 실패해 얻어맞거나 심심하면 유치한 원라이너를 던지는 등 호러보다 액션 블록버스터로서의 정체성이 훨씬 강하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과 드라큘라 등 근대 크리쳐 영화의 필수요소들이 총출동 하는데다 바티칸 지하에서 이슬람과 티벳 승려들이 신부들과 함께 연발총과 수류탄 등의 무기개발을 하는 등 온갖 요소들이 짬뽕된 세계관은 너무 허무 맹랑해 오히려 정감이 갈 정도다. 물론 이런 류의 영화가 으레 그렇듯 스토리가 좋거나 메세지가 깊은 작품은 절대 아니지만 멋진 의상 디자인과 현란하게 뻥뻥 터지는 액션 덕분에 심심할때 보기에는 딱 적당한 영화다.



울프맨 (Wolfman, 2010)

63deed367dbb8e8142c1de0208864b9b_1623941438_7278.JPG

[드라큘라 (1992) 에서 괴물을 잡던 안소니 홉킨스는 결국 괴물이 되어버렸다.]
 

처참히 훼손된 시체로 발견된 동생의 죽음을 조사하기 위해 고향에 돌아온 로렌스. 동생의 약혼녀인 그웬의 부탁으로 사건을 파헤치며 그는 자신의 유년시절 속 왜곡된 트라우마와 가족의 어두운 비밀 속으로 점점 빠져 들어간다.


늑대인간이 주제인 영화이지만 의외로 주인공의 갈등을 촉발하는 것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이다. 동생의 약혼녀 그웬은 겉보기엔 가녀리지만 지적이고 자애로운 인물이다. 극 내내 강조되는 연출을 통해 그웬은 어릴적 여읜 주인공의 어머니를 닮은 여성으로 표현된다. 이것엔 아버지 존 경 역시 동감해, 아들을 앗아가려는 그웬에게 분노하면서도 아내를 연상시키는 그녀에게 호감을 품고 그녀를 곁에 두려고 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동생의 약혼녀, 그리고 며느리. 아버지를 향한 분노와 아들을 향한 실망이 금단의 여인을 사이에 두고 고조된다.


압도적인 분위기의 세트와 배경을 통해 영화는 어둡고 음침한 고딕 호러 속 영국을 훌륭하게 연출한다. 고어체를 너무나도 자연스레 소화하는 안소니 홉킨스와 잔잔한 장면도 폭발적인 감정도 실감나게 표현하는 베네치오 델 토로 등 연기력으로 공인된 배우들을 보는 것 또한 반갑지만 단순한 스토리와 점프스케어, 그리고 허술한 각본에서 나오는 종잡을 수 없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몰입을 방해한다. 특히 이질감이 느껴지는 밝은 조명 아래서의 늑대인간 CG와 허술한 고무 슈트를 입은 배우들의 강렬한 인상은 쉽사리 잊기 힘들 정도다. 고풍스러운 세트 안의 어둡고 음산한 연출과 충격적인 물고문 장면 등에서 훌륭한 호러/스릴러 영화로서의 가능성이 보이기에 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크리스틴 매코널과 이상한 과자의 집 (The curious creations of Christine McConell, 2018)

63deed367dbb8e8142c1de0208864b9b_1623941471_0773.JPG

[요상한 친구들과 함께하는 베이킹 수업]
 

크고 음산한 저택의 매력적인 주인 크리스틴 매코널은 요상한 룸메이트들과 함께 산다. 미이라 고양이, 좀비 라쿤, 늑대인간, 냉장고 안의 촉수, 앞마당에 묻힌 좀비, 다락방에 갇힌 이름 모를 괴물까지..


시트콤과 인형 쇼, 거기에 호러와 코미디까지 섞인 이 시리즈의 정체는 다름아닌 요리 방송. 매 회 괴물 친구들이 벌이는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크리스틴 매코널은 기괴하고도 맛있는 요리들을 준비해야 한다. 괴물 저택 케이크, 해골 초콜릿 사탕, 말린 머리통 과자 등 오싹하리만치 맛있는 식탁을 매일 차리는 그녀는 사랑과 우정, 거기에 스타일까지 모두 잡는 초인이다.


온갖 장르가 버무려진 ‘크리스틴 매코널과 이상한 과자의 집’ 은 굉장히 마니악하다. 넓은 시청자층을 모두 잡지는 못 하지만 취향이 맞는 사람이라면 이만큼 즐겁게 볼 수 있는 방송도 없을 거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Login

회원가입
이번호 신문보기 더보기

회사소개(KOR) | 광고&상담 문의
KYOCHARO NTV ENTERPRISES LTD.
#327D- 4501 North Road, Burnaby, BC, V3N 4R7, CANADA
TEL. 604-444-4322 (교차로) | 604-420-1088 (TBO) | E-MAIL. vancouver@kyocharogolf.com
Copyright © KYOCHARO NTV ENTERPRISES LTD. All rights reserved.
Developed by Vanple Networks Inc.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팝업레이어 알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