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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그 곳엔 ‘꼰대’ 말고 ‘지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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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엔 ‘꼰대’ 말고 ‘지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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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을 만나러 간다. 노인회관이 아니고 그들의 아지트인 롱포인트와 게스너가 만나는 프랜차이즈 점이다. 


오전 9시 이후로 어느 시간이 됐든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적어도 한 사람 이상은 만날수 있는 그 장소를 정확히 밝히기는 좀 그렇다. 칠순을 바라보거나 이미 넘어선 노인들에겐 웬만큼 알려진 곳이긴 해도, 아직은 그 연세 밖의 사람들에게 모르는 장소로 남아있기를 그곳을 아지트로 삼은 노인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우연히 그곳에서 안보단체의 수장과 인터뷰를 하게 되면서 기자는 은퇴 후의 여가시간을 소통의 창구로 활용하는 어르신들의 모임장소를 알게 됐다. 일부러 찾아가지는 않았어도, 취재차 근방을 지나칠 때마다 시간을 쪼개서 만나는 노인들은 살아온 세월 가운데 얻은 지혜를 들려주는 선배가 되고, 희로애락의 변곡점을 잘 보듬고 나가라는 충고를 주는 형님이 됐다.




어찌보면 다시 돌아온 기자 자리가 영 적응이 안돼고 떠날 궁리만 하고 있던 찰나에, 새 부대에 담을 새 술이 돼서 정론직필의 기자정신을 놓치지말고 '한번 갈데까지 가보라'는 용기와 배짱을 불어넣어줬던 곳이어서 나 역시도 업무 이외의 최적의 아지트가 그곳이 되었다.   


거기서 만나는 그들 대부분은 이민 1세들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많게는 40~50년에서, 적게는 20년 이상을 미국에서 이민생활을 겪어온 백발 노인들이거나 곧 백발이 될 어르신들이다.  




 ‘백발은 인생의 면류관’이라고 했다. 지식수준 정도야 유튜브 등 수많은 정보창구가 있어서 그들에게 별다르게 얻어낼 건 없다치더라도, 인생을 살면서, 특히 미국 이민을 경험하면서 몸으로 체험하고 배워서 익힌 '삶의 지혜'는 그들 말고는 어느 누구에게서도 따라잡을 수가 없다.




스페인의 종교인이었던 발타자르 그라시안(1601~1658)은 이렇게 말했다. “20대에는 욕망의 지배를 받고, 30대는 이해타산 속에 살며, 40대는 분별력이 향상되고, 그리고 그 나이를 지나면 지혜로운 경험에 의한 지배를 받는다.”고.


나이 든다는 것이 축복받을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소외받을 일도 결코 아니다. 노인에게는 젊은 사람에게 완벽하지 않은 '지혜'가 있다. '노인은 지혜의 상징'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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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그들과 섞여있었던 어느 날 '어떻게 늙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됐다. 문득 '아프리카 속담' 하나가 떠올랐고, '노인 한 명이 사라지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그 속담 속의 교훈을 짚어보며 가슴 절절이 그들과 어우러진 삶이 얼마나 그윽하고 값진 것인가를 깨닫게 됐다. 


노인에 대한 평가가 그리 좋지 않은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갈수록 수척해지는 겉모습에다 '꼰대'의 대명사로 각인되고마는 잔소리가 유쾌하지 못한 시선으로 보태져서 가족들에게서조차 외면당하는 일이 많은 게 현실이 되버렸다. 


노인이 말이 많은 건 마땅히 받아들여야 할 덕목일 것이다. 그 말 속에 많은 일과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도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걸 생각해봤음 좋겠다. 요근래 나는 노인들에게서 이민생활을 강건하게 풀어나가는 지혜를 배우고 있다. ‘노인의 지혜’를 통해 나 역시 ‘지혜로운 노인’이 되겠다는 목표 한 가지가 더 생기게 된 것이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에서 '어부 산티아고가 84일째 고기 한 마리를 잡지 못했지만,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노인의 모습'을 그리면서 그 곁에서 응원하고 위로하는 소년의 미래상을 심어냈다. 그 꿈과 용기가 소년에게 이어지고, 소년이 자라 노인이 되듯 우리 삶도 그렇게 이어진다. 그래서 노인은 ‘가정의 꽃’인 아이들을 비추는 ‘지혜의 등불’이 될 수 있는 게 아닐까?  


새삼스럽게 노인을 공경하고 노인을 보호할 줄 아는 사회를 꿈꿔 본다. 우리 대한민국이 복된 사회를 이룩한 기본의 토대가 바로 이 점이 아니었던가?  


다시금 어르신들과 함께 공존하는 사회가 휴스턴 한인사회에서도 꽃피우기를 기대하며 기자는 오늘도 한인식당들이 몰려있는 롱포인트 그들의 아지트로 외출을 나선다.<임용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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