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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떠나보내며 -변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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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떠나보내며

더 이상 아프지 마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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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쨍쨍한 여름날 난 한 명의 친구를 하늘나라로 보냈다.

많은 것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었던 친구여서 그런가 슬픔이 쉬이 사그라들 줄을 모른다.

이 친구는 근 1년 동안 엄청난 고통을 참아냈다. 주검을 앞에 두고도 끝까지 특유의 웃음을 잃지 않았기에 "그렇지! 내가 아는 그 친구 맞지?" 하면서도 미련하게 참아내는 친구가 바보같단 생각도 솔직히 했다.

처음 이 친구를 만났을때가 생각난다. 47년전이니까 나와 동갑인 서른 초반의 나이였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그렇게 우정을 쌓아왔던 이면에는 항상 집중하고 경청하는 자세로 서로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었던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친구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가 열심히 땀을 흘려 주었던 사람이었다. 이웃지간에서 그랬고 교회에서 그랬으며 한인단체에서도 망설임없이 베풀고 봉사했다. 그렇게 반짝이던 30대의 눈으로 시작한 휴스턴 이민생활은 반백년의 세월을 가족과 이웃과 신도들과 친구와 단체 동지들과 동고동락하는 동안에 단 한번도 흐트러지지 않고 더 큰 빛을 냈었다.

나는 그 친구와의 삶의 여정에서 여행을 빼놓을 수가 없다. 부부동반으로 유렵여행만 네번을 갔고 크루즈도 세차례를 동행했다. 자신의 생각과 말에 확신과 무게가 있는 친구는 곳곳의 여행지에서 보는 것 이상으로 내게 삶의 지혜와 교훈을 귀담아 듣게 해주었다.

유독 스테이크를 잘 못먹는 식습관으로 인해 산해진미가 널려있는 호텔 뷔페나 크루즈 선상에서도 배를 골았던 친구였던 것이 그의 약점이라면 약점이었다. 모두가 잠든 여행지에서의 한 밤중에 애지중지 여행가방에 고이 모시고 온 누릉지를 꺼내 살그머니 주린 배를 채우던 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사각사각 커피포트의 물끓는 소리에 잠이 깬줄도 모르고 뜨거운 물에 누릉지를 말아 먹는 친구의 모습은 내가 죽는 날까지도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는 친구이기 이전에 나의 좋은 동료였다. 말이 잘 통해서 대화가 즐거웠고 서로 원하는 목표치가 있기에 같이 달려갈 수 있었던 좋은 동료말이다. 그는 시시때때로 믿음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 힘인지를 상기시켜줬고 그 힘은 하루하루를 버티며 극복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친구는 담관암을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는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졌다. 평온한 죽음을 맞이하러 가는 곳이 그곳이라며 평소처럼 즐거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던 친구의 얼굴이 내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친구가 없는 다른 세상을 생각해 본적이 있었던가? 친구를 먼저 떠나보내놓고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는 마음을 먹어본 적이 있었던가? 친구는 죽어서도 내게 이렇게 대답한다. '죽음'은 무섭고 두려운 것이 아니라 '축복'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친구는 건강하게 살며(well-being), 아름답게 늙어가고(well-aging), 사람답게 죽음으로 다가가는 것(well-dying)이 행복한 노년이라고 종종 말했다. 이제 내가 할일은 친구의 그런 뜻을 '내게 남은 삶이 여생이 아니라 후반전 인생'이라는 생각으로 내 가슴에 포개놓아야 한다는것이다. .  

벌써 보고싶은 친구!. 

이제는 친구에게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를 물어볼 수가 없게 됐다. 언제고 내 꿈에 와줘서 내 묻는 말에 대답해 주시게. 나도 친구의 손을 잡고 한마디 해주고 싶은 게 있으니까.

"사랑해, 내 친구 정하근! 더 이상 아프지 마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 다시 만납시다."

<글쓴이: 고 정하근의 친구 변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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