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과 성희롱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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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후반 C씨는 옷을 입을 때마다 신경 쓰인다. 자신보다 직급이 높고 나이 많은 옆부서 부장님의 시선과 말투가 부담스럽다.
마주칠 때마다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와~ 섹시하십니다. 그 나이에 어떻게 그런 몸매가 가능합니까. 누가 보면 처녀인 줄 알겠어요. 남편분이 좋아하시겠어요. 그렇죠?”라는 식의 말을 반복적으로 한다.
아재들의 말에 발끈하면 이런 반응이 이어진다. “웃자고 한 말인데 왜 그래?” “농담이야, 농담.” “왜 이리 예민하게 굴어?”
50대 중반 남성 박모씨는 자신이 팀장이 되면서 회사에서 저녁 회식을 아예 없앴다.
박씨는 “요즘 젊은 여성들은 우리 세대와 확실히 다른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내 또래들은 젊은 세대들 앞에서는 말하기 겁난다고 한다. 툭 하면 성희롱이라며 발끈해서 무슨 말을 못하겠다.
우리 시절에는 그보다 심한 말을 주고받아도 다들 웃어 넘겼는데 요즘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친구 하나는 이런 조언까지 했다. ‘여직원이랑 말 섞지 마라. 한마디 실수하면 큰일 난다. 진짜 필요한 말이 있으면 메일로만 주고 받아라’.”
성희롱 여부를 판단하는 객관적인 기준은 없다. 다시 말해 가해자가 어떤 행위를 했느냐, 어떤 언어를 사용했느냐는 중요치 않다. 어떤 맥락 속에서 행해졌는지, 그 말 혹은 행위가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모멸감을 줬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두 세대의 온도 차는 크다. 젊은 세대는 ‘성희롱’이라 하고, 기성세대들은 ‘농담’이었다고 한다.
기성세대는 종종 ‘사생활 간섭’과 ‘성희롱’을 혼동한다. 회사에 입사해서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선배들이 돌아가면서 하는 호구조사였다. 한국인은 사생활 간섭이 심하다
한국인은 친하지 않은 사이에도 결혼 빨리하라고 하고 아이는 언제 낳을 것이냐고 묻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
“네가 너무 예뻐서 그렇다” “네가 여성스러워서 그러니 이해해주면 안 되겠냐”며 가해자를 두둔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칭찬과 성희롱은 구별돼야 한다. ‘섹시하다’ ‘쭉쭉빵빵하다’ ‘꿀벅지’ 등도 성희롱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다만 이 발언 자체가 무조건 성희롱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고, 사회 통념과 어떤 맥락에서 해당 발언이 나왔는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몰라서 그랬다.” 성희롱 행위자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의도나 악의를 갖고 성희롱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의도’로만 보면 ‘너를 위해서’ ‘칭찬으로’ 한 말이 대부분이고, 악의 없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꽂히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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