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임의 뮤직라이프] 노래, 말, 가곡 중 무엇이 먼저인가? > 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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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 하면서 높고 낮은 괴성을 내뿜는 영화 속의 주인공 ‘타잔’을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다. 모음만 내면서 음의 고저, 혹은 율동만 조절해도 하나의 노래가 된다. 음악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면 악기로 연주하는 기악곡과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 성악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도대체 언제부터 ‘노래’ 라는 것을 불렀을까? 말, 곧 언어는 언제부터 구사했나? 노래와 말 중 어느 것이 먼저였을까? ‘닭이 먼저냐 병아리가 먼저냐’ 얼핏 생각하기엔 ‘말’이 먼저고 ‘노래’가 나중인 듯 하지만, 천만의 말씀. 고고학자들이 고생고생 끝에 밝혀낸 현재까지 알려진 진실은 이렇다. ‘노래’가 말로 의사소통하기 시작한 시기보다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가 앞섰다. 노래가 말보다 앞선 이유는 우리의 발성기관의 발달과 함께 뿌리가 깊다. 

 

머나먼 옛날, 교회에서 하는 성가들은 모두 찰떡 같은 가락으로 부른 제창이며 남성 목소리뿐이었다. 요즘과는 달리, 노래 부르는 성가대에 여성이 끼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망측한 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목소리가 고와도 여자는 성가대에 참가할 수 없었던 서러운 시절이 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남성 가수들만 모여 부르는 소리에 멋대가리가 없어져 보여 고음을 내는 어린아이들이 성가대에 참여하게 되었다. 어린 여자아이는 금물, 그러나 소년들은 사춘기에 이르러 변성을 겪으면서 낮은 음정을 부르게 되었는데 보이 소프라노들이 그렇게 되는 것이 그 당시로는 매우 안타까운 노릇이었다. 고민 끝에 거세된 Castrato 카스트라토 남성가수가 노래를 부르게 되었는데, 소프라노 여자 성부를 남성이 가성으로 부르는 것이 대 유행이었다. 가슴은 남성이 잘 발달해 한번 숨을 쉬고도 1분 동안 계속 노래한 기록 보유자도 있다. 성공한 카스트라토는 그 인기가 대단한 것이어서 수입도 엄청났고 특별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식을 자원하여 카스트라토로 만드는 부모까지 생겨났는데 유명한 영화 ‘파리넬리’가 모든 걸 말해준다.

 

‘노래, 말, 가곡 중 무엇이 먼저인가?’ 했을 때, 순서는 노래가 먼저이며 그 후에 가곡의 시초가 탄생됐다. 프랑스에서는 ‘투루바두르’라는 귀족가수가 등장했고, 독일에는 ‘마이스터진거’, 프랑스의 샹송, 이태리는 칸초네, 리트(Lied)는 독일에서 가곡을 뜻한 말로 통했다. 독일의 노래 중 슈베르트 가곡이 교향곡과 맞먹을 정도다.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겨울 나그네’, 슈만의 대표적인 가곡 ‘시인의 사랑’은 시를 낭독하는 속도로 정열을 엿볼 수 있다. 나라별로 살펴보자면 프랑스는 슈베르트처럼 예술적으로 끌어올린 가곡 작곡가가 별로 없으나 대체적으로 포레의 작품이 유명하다. 베를리오즈, 구노, 생상도 아름다운 가곡을 작곡했다. 드뷔시 가곡은 이상하게도 매력이 넘친다. 형용할 수 없는 분위기, 영롱한 음의 컬러풀한 색채가 시정에 푹 잠기게 한다. 이탈리아로 넘어가서, 토스티, 마스카니, 레온 카바로가 아름다운 선율로 칸쵸네를 여러 곡 남겼다. 최근에 예술적인 의미의 가곡으로는 레스피기, 피체티의 공로가 매우 크다. 러시아와 유럽은 어떤가? 차이코프스키는 130곡을 작곡, 러시아의 대표 가곡으로 손꼽히며, 라흐마니노의 서정성으로 널리 사랑 받고 있고, 북유럽의 그리이그, 페르귄트 조곡 ‘솔베이지의 노래’가 심금을 울린다. 그밖에 드보르작 가곡은 독일 리트 계열에 속한다고 보기도 한다. 가곡집 작품 55 ‘집시의 노래’,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는 소박하기 이를 데가 없어서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서동임 / 40년 멘토

604.505.4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