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임의 뮤직라이프] 똑같은 곡을 연주하는데 왜 연주가마다 다른가 > 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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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굴렌 굴드가 작곡가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핵심을 가장 잘 전달한 전설적인 피아니스트라고 주장한다. 반면 캐나다의 대표적인 남성 피아니스트가 굴드라면 여성으로는 안젤라 휴이트가 있다. 이 두 사람은 바하의 골드베르그 변주곡을 기막히게 연주하는 대표적인 최고의 연주가이다. 이 곡을 말하자면 불면증에 걸린 귀족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 곡으로 보통 바하곡이 학구적인데 비해, 글렌 굴드는 천상의 수면제 같은 자장가처럼 정말 아름답게 낭만파처럼 묘사하고 있다. 이외에도 슈타트펠트, 이르마 이사카제, 반다 란도프스카와 같은 기라성 같은 피아니스트들은 동일한 작품의 음반을 세상에 내놓았기로 유명하다.

누군가의 변주곡 테마는 웅장하고 열정적이면서 엄격하게 울리지만 다른 피아니스트는 가볍고 장난스럽게 연주하듯이 판이하게 다르다. 또 어떤 해석자는 차가운 이성과 단호함으로, 서정적이며 낭만적인 음조로 우리를 구워 삶는 연주자도 있다. 그렇다면 왜 같은 작품을 이렇게 다르게 연주하는 걸까? 음악적인 해석이 판이하게 다른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얼까? 명 지휘자들 손에 의해 수백 년 전 작품들이 명 연주로 늘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똑같은 곡이지만 로린 마젤은 빠르고 힘찬 느낌을 주는 반면 번스타인은 다소 부드럽다.

 

모든 음악 작품은 한 시대의 표현이다. 우리는 현재에 살며 우리가 공유하는 미적 경험과 기준은 현재의 것으로서 과거의 음악을 이해 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예전에 작곡된 작품의 탄생과정을 제 아무리 꼼꼼히 되짚어 본다 해도 그 속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정서와 미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가장 그 작곡가가 의미하는 시대를 풍미하는 정말 훌륭한 피아니스트에게는 정통 쇼팽의 일인 해석자라는 말이 붙어 다닌다. 작곡가와 우리가 사는 시대 간극은 그만큼 큰 것이라 악보로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모짜르트를 직접 우리 눈앞에 불러놓고 물어본다 해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나하나 구구절절 의미하는 바를 전부 다 설명해 줄 수는 없으나 악보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진정한 의미를 충분히 전달해 주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유일하게나마 하나의 해석이 옳다는 입장에 지칠 줄 모르고 다양한 해석이 쏟아질 뿐이다.

 

음악적 해석은 작품, 연주자, 청중이라는 3가지 요소로 비로소 어우러진다. 해석은 문화적인 요소를 연구할 때 만들어지는 것이며 개인차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느낌, 템포, 분위기, 상상력 등 다양한 음악적 경험과 연주 관점에서 보는 시각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르게 들린다. 같은 작품인데도 느낌이 다르고 저마다의 개성이 돋보인다고 보아야 한다.

서동임 / 40년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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