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임의 뮤직라이프] 장조는 유쾌하고 단조는 슬프다 > 컬럼

우리의 감정은 다양한 기분에 묻혀 산다. 행복, 환희, 때로는 좌절, 슬픔이 있듯이 음악의 조성도 무언가 특별한 것을 내뿜고 있다. 다른 조성과는 구별되는 자신만의 고유한 인상을 품으며 깊은 뉘앙스를 풍긴다. 악보를 보면 음악의 조성은 딱 2가지 중 하나다. 장조냐? 단조냐? 이는 분명한 사실로 장조 Major 와 단조 Minor는 관계되는 가족 식구의 일환으로서 서로 정반대 느낌을 준다. 악보 읽을 때 배경색이 각각 다르므로 미술에서도 색채가 다르듯이 칼라풀한 조성을 먼저 파악해야 된다. 악보를 볼 때 이 곡이 밝고 명랑한가 아니면 어두운 느낌인가? 어느 조성인지 Key Signature 먼저 파악하고 있어야 곡을 이해하기 쉽다. 장조는 밝고 힘찬 남성적인 기상을 나타내며, 정반대로 단조는 어두운 느낌으로 여성적이다. 실제로 음계를 보면 장조에서 단조의 첫음을 찾는 방법이 있다. 어느 장조에서나 6번쨰 되는 음, 또는 단 3도 내려오면 그것이 단조의 첫 음이 된다. 이 비결은 학생들을 가르칠 때 수없이 써먹던 비결이라 할 수 있다. RCM 시험 Gr.10 을 보면 바하의 프렐류드 1번은 누구나 사랑 받는 곡이다. 아주 간결하고도 명랑한 C 장조로 되어 있어 연주하기 쉽고 웬만한 중급실력도 거뜬히 악보를 읽는다. 그런데 바하의 프렐류드를 흥얼거리면 왠지 슈베르트의 B플랫 장조 아베마리아와 너무 흡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신기하게도 2곡을 흥얼거려 보면 조만 다를 뿐이지 멜로디가 똑같아 통일감을 준다.

악기 선택에도 조성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령 트럼펫은 대부분 D 장조로 조율되어 있다. 모짜르트 오페라의 서곡들, 바하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가 대표적인 예이다. 크리스티안 다니엘 슈바르트는 D 장조는 ‘만세, 할렐루야, 전쟁의 승리와 환호’를 표현한다고 한다. 한편 Eb 장조는 장엄하고 격정적이다. 베토벤 3번 교향곡 영웅이 그러하다. 모짜르트의 마술피리 서곡, 브루크너의 4번 교향곡도 같은 조이다. 또 바그너는 서서히 차오르는 라인강의 흐름을 표현하기 위해 ‘라인의 황금’ 전주곡의 조성으로 Eb을 선택했다. Eb 장조처럼 내림표 b flat 이 3개 달린 또 다른 가족인 관계조 c minor는 전혀 딴 세상으로 바뀐다. 심각한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 그러하듯이 장조의 3음에다 반음만 내리면 단조로 변한다. c 단조의 무드는 어둡고 음울하고, 슬프고, 장중하다. 명랑하고 발랄하기만 했던 모짜르트 음악도 한때는 심각할 때도 있었는데 그 예로 피아노 협주곡 KV 491를 c 단조로 작곡했다. 브람스 교향곡 제 1번도 c 단조로 초반부터 장엄하게 시작 된다.

그럼 A장조는 어떤가? 사랑과 애정의 조이기도 하나 때로는 분노와 격분을 나타낸다. E 장조는 다소 시끄럽고 소란스러우면서 절망을 드러낸다. 반면 d 단조는 겸허하며 조용하면서 스케일이 크다. 슈베르트는 이 조성을 ‘망상과 환영을 품고 있는 우울한 여성’과 관련 지었으며 슈만도 장조와 단조를 남자와 여자로 구분했다. 이런 판단의 근거는 당시 사회를 지배하던 가치개념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을 따로 구분하는 이분법적인 인식을 깊이 반영한 것이라 분석된다. 이에 선택권한은 전적으로 작곡가 몫이다. 마치 진정한 화가가 색채를 자유로이 선택하는 것처럼 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음악은 딱 2가지 조성 가운데 하나만 보면 된다. 장조는 유쾌하고 단조는 슬프다.

서동임 / 40년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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