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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쥐고 있어봐야 뭐해? 죽을 때 가져갈 것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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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때 가져가나"

평생 가꾼 집 기부한 85세 할머니

사부곡(思夫曲) 깃든 집 환원하는 정인수 할머니의 사연

 

기부문화의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팬데믹 이후 지구촌의 기부문화는 빠르게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추세다. 미국이 평소에 사회공헌에 적극적이라는 것은 미국내 한인동포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거액을 기부하면서도 생색을 내지 않는 그들, 그들은 하나같이 기부를 ‘가진 자의 덕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휴스턴 한인사회에도 85세의 노인이 평생을 가꾸며 살아온 집을 후세를 위해 기부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30만불(현재 매매되는 가격)을 호가하는 주택을 ‘한인후손들의 뿌리’를 위해 써달라며 유언장 공증까지 마친 주인공은 50년째 휴스턴을 벗어난 적이 없는, 말 그대로 휴스턴 토박이 할머니 정 스나이더 인수(Insoo Snyder C Keneth).


1973년도에 당시 선원이었던 남편의 프로포즈를 받고 고국을 떠나기 전까지도 태어나고 자란 서대문 지역을 벗어난 적이 거의 없었다는 스나이더 정(이하 정 할머니) 할머니는 기자와 갑작스럽게 만나 1시간 가량 담소를 나누는 내내 두 손을 가지런히 포개고 앉아 묻는 말에만 아주 간결하게 대답하는 무덤덤한 성격이 몸에 밴 할머니였다.


남편과 사별한 지 25년째 혼자 살고있는 집이 50년전 남편을 따라 둥지를 튼 같은 집이었고, 그 보금자리에서 남편과 25년 세월을 함께 보냈던 정 할머니는 '남편' '집' 말고는 그 어떤 단어도 두번 이상을 되풀이하지 않는, 기자가 보기에 "선천적으로 비사회적이신 분"이란 느낌으로 다가왔다.

자칫 폐쇄적인 사람으로 오인될까 봐 '비사회적'이란 표현이 조심스럽긴 하지만,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몸이 예전같지 않기 전까지 한 순간도 일터와 집만을 오가는 것 말고는 다른데 눈을 안 돌려본 할머니를 기자는 그렇게밖에 설명할 길이 없었다.


‘종교’나 다름없는 할머니의 집


할머니와 첫대면의 인연을 가진 지 30분이 지날 무렵에서야 할머니의 집밖에 모르고 지내왔던 생활의 정체가 어렴풋이 드러났다. 그건 바로 남편을 하늘나라로 보냈으면서도 할머니의 마음 깊은 곳에 25년 동안을 꼭꼭 간직해 두고 있었던, 남편을 향한 그리움을 벗삼아 살아온 세월속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할머니가 애지중지 가꾸고 손질해 온 집은 케네스 스나이더(Keneth Snyder) 남편과 애지중지 서로 아끼며 살아온 25년의 추억이 서린 집이었으며 남편의 모든 흔적이 배어있는 그 집을 남편이 살아있었을 동안의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싶었던 할머니의 강한 그리움에서 비롯된 정 할머니만의 생활방식으로 나타난 것이다.


"내가 죽고나서 들어올 새 주인도 그 집을 정성스레 잘 돌보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기자가 묻지도 않았는데 딱 한번 목청을 돋워 큰 소리로 건네는 말 속에 할머니가 사회에 내놓기로 한 8931 Bunny Run Rd (Dr Houston 77088)의 주택은 적어도 할머니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할머니의 모든 것이자 '종교'와도 같은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살아온 탓이었을까. 할머니는 한인사회가 운영했던 한인행사에도 별 흥미가 없었고 같은 동년배들이 모이는 노인회관과도 그리 친숙하지가 않았다.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이면서 예배가 끝나기가 무섭게 집으로 달려와 눈 깜짝할 새 자라나는 풀을 뽑느라 앞뜰 뒷마당을 오가며 땀을 흘리기 바빠 다른 성도와 교감을 나눌 시간도 미처 갖질 못했다.


하나님은 그런 할머니가 퍽이나 외로워 보였던 걸까. 하나님은 10년 전 운전이 점점 힘들어져서 예배를 드문드문 봤던 정 할머니를 같은 교회 엄정래 장로의 눈에 들어오게 만들었다. 엄 장로(82세)와는 시간이 갈수록 가까운 이웃으로 소통하는 시간이 잦아졌고 검소하게 생활하는 할머니의 집까지 차량으로 데려다주곤 했던 와중에 정 할머니의 평소 가슴에 담아두었던 소망이 세상밖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정 할머니와 얘기를 나누는 동안 할머니가 하는 단답형의 말을 좀 더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는 엄정래 할아버지가 정 할머니 곁을 지키고 앉아 있어서 할머니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집을 사회로 환원하겠다는 정 할머니의 결심을 자세하게 알 수가 있었다.


"한인 후세를 위해 쓰여졌으면"


정 할머니는 거의 유일하게 오누이처럼 마음을 털어놓고 지내게 된 엄 장로를 대동하고 3주전 황호준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유언장(Will)에 서명하는 공증을 마쳤다. 유언장의 윗머리에는 "사후 주택을 처분하고 난 금액의 대부분을 한인 후세를 위해 쓰여지기를 희망한다"고 기록했고 모든 사회 기부 행위는      주사랑교회(담임목사 박규석)가 전담하는 것으로 공증서를 작성했다.

정 할머니에겐 자식이 없다. 남편과의 금슬이 자식까지 허락하지는 않았고, 무자식의 운명이 사후에라도 후세를 자식같이 여기며 보살피라는 허락으로 대신하지 않았나 하는 기자의 추측이다. 값진 나눔을 해준 할머니와 더 깊은 이야기를 다음으로 미루고 코로나 기간 많이 쇠약해 진 정 할머니와의 1시간 동안의 대화를 끝마쳐야만 했다. 정 할머니와 함께했던 주사랑교회가 등 뒤로 멀어져 가는 동안 할머니가 던진 말 한 마디가 계속 귓가에서 맴돌았다.                                                    

“손에 쥐고 있어봐야 뭐해? 죽을 때 가져갈 것도 아니고"


 정 스나이더 인수 할머니와 만났던 24일(월) 이후로 정 할머니와 기자는 두차례 전화 통화로 교회에서 못 나눴던 사연 몇가지를 풀어보는 기회를 가졌다.

주사랑교회에서는 정 할머니와 엄 장로 말고도 박규석 목사와 할머니와의 만남을 주선했던 최수철 칼럼니스트 내외가 함께 있었다. 교회 친교실에서 함께 했던 타인들의 대화를 피력하지 않는 이유는 정 할머니의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속마음이 혹여 잘못 전해질지 염려가 됐기 때문이다.

정 할머니는 기자를 번니런가의 집으로 초대한다고 했으며, 빠른 시간안에 할머니 집을 방문해 할머니의 깊은 속마음을 독자들과 공유해 볼 작정이다.    

 

<사진설명>정 할머니는 거의 유일하게 오누이처럼 마음을 털어놓고 지내게 된 엄 장로를 대동하고 황호준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유언장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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